뉴욕, 아이 러브 유 (New York, I Love You, 2009) : 뉴욕 사람들
뉴욕, 아이 러브 유 (New York, I Love You, 2009) : 뉴욕 사람들

뉴욕, 아이 러브 유 (New York, I Love You, 2009) ☆☆☆
[뉴욕, 아이 러브 유]는 3년 전에 나온 [사랑해, 파리]에 이어서 만들어진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엔드 크레딧을 보니 다음엔 2011년에 [상하이, 아이 러브 유]가 이어질 것이고 IMDB를 검색해 보니 그 같은 해엔 리오와 예루살렘을 각각 배경으로 한 영화 두 편도 같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본 영화에서는 감독들 10명이 모인 가운데, 그들은 각각 하루 동안 뉴욕에서 촬영하고 일주일 동안의 편집 과정을 거쳐서 단편을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감독인 랜달 밸스메이어가 단편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서 본 영화가 완성되어 나왔지요.
단편작품을 만들 때 조건은 배경 분위기가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영화의 10개 단편들은 거의 대부분 그 조건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질적이나 특징적 면에서 가지가지이긴 하지만 그들은 굳이 뉴욕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보여주지 않아도 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잘 전달했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은 영화에서 짧게 접할 뿐이지만 그들은 실제 뉴요커들이 그렇듯이 금방 잊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 중 몇몇은 살짝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건 전반적으로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닌 가운데, 그들의 이야기는 각각마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만합니다.
다 얘기하면 좀 그러니 몇몇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일단 처음으로 등장하는 쟝 웬의 단편은 저와 관객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벤(헤이든 크리스텐슨)은 바에서 핸드폰을 핑계로 한 젊은 여인(레이첼 빈슨)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만, 얼마 안 되어 그녀와 사귀고 있는 개리(앤디 가르시아)가 등장하게 됩니다. 여느 짧은 이야기들이 그러듯이 이 셋이 모이는 이 잠깐 동안의 순간 동안 허를 찌르는 재미가 나오고 그리하여 누가 더 한 수 위인지가 멋지게 보여 집니다. 이반 아탈의 단편도 이와 비슷한데, 작가(이든 호크)는 거리에서 한 여인(매기 Q)에게 접근해서 긴 장광설 끝에 원한 것은 얻었지만 일은 그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브렛 레트너의 단편에서는 한 소년(안톤 옐친)은 여자 친구에게 차인 마당에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같이 갈 상대가 급히 필요하니 자신이 아는 약사 아저씨(제임스 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딸(올리비아 썰비)은 보기만 해도 그다지 이상적인 파트너는 아닙니다. 별 방도가 없으니 소년은 그녀와 함께 파티에 참석하지만, 그는 결국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얻게 됩니다. 마지막에 가서 그는 뉴욕의 상주인구의 약 2%가 어떤 사람들인지 되새기기도 합니다.
원래 본 영화에는 앤소니 밍겔라가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그는 그러기도 전에 사망했고 그의 각본을 바탕으로 해서 세자르 카푸르가 단편을 만들었지만, 이는 다른 단편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분위기에 놓인 가운데 그들 중에서 가장 인상이 흐릿한 단편이기도 합니다. 늙은 여가수로 나오는 줄리 크리스티와 그녀가 묵게 된 호텔의 짐꾼인 샤이아 라보프가 한 장면에 같이 있는 건 흥미로운 볼거리이긴 하지만, 보면서 호텔이 정말 뉴욕이 있는지 의심이 가기도 하니 상대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장 좋은 단편은 함께 오랫동안 늙어 온 부부의 모습을 다룬 조슈아 마스턴의 작품입니다. 엘리 웰라치와 클로리스 리츠먼이 재미있게 연기하는 이 노부부는 잠깐만 볼 뿐이지만 그들이 오랫동안 티격태격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코니 아일랜드로 걸아 가는 동안 남편에게 좀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쪼아대는 할머니와 여기에 툴툴거리면서 불편한 몸을 천천히 옮기는 할아버지를 보다 보면 작은 훈훈함이 나옵니다.
그 외의 단편들은 각각 미라 네어, 파티 아킨, 내털리 포트만(그녀는 미라 네어의 단편의 여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와이 슌지, 그리고 앨런 휴즈가 만들었습니다. 이들도 각자 나름대로 좋은 단편들이고 배우들도 보기 좋습니다. 아주 끔찍하지 않은 이상, 옴니버스 영화들 대부분은 굳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으면서 좋아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이고 [뉴욕, 아이 러브 유]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편들 각각 10분도 채 안 되기 때문에 부담 없고 빠른 전개 아래에서 금세 다음 편 또 다음 편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에 마음 편히 따라가다 보면 잠깐만 나오는 다람쥐마저 뉴욕과 뉴요커 못지않은 인상을 남깁니다.
P.S.
스칼렛 조한슨과 Andrei Zvyagintsev의 단편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작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보여진 다음 재편집 중에 삭제되었지요. 아마 나중에 DVD로 출시될 때 포함될 것 같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