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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 (2009) : 24세에 6살 정신 연령 - 그보다 훨씬 심합니다

매직큐 2009. 11. 4. 22:50

하늘과 바다 (2009) : 24세에 6살 정신 연령 - 그보다 훨씬 심합니다

하늘과 바다 (2009)Zero Star

[하늘과 바다]는 절 울려 먹을 지경으로 몰고 갔습니다. 하지만 그걸 참아야 했습니다. 조조상영으로 혼자 본 것은 아니고 왼쪽으로 두 세 좌석 떨어진 곳에는 두 숙녀 분들이 있었고 전 그 분들이 제가 감동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길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0달 간의 기억을 뒤져봐도 대전 프리머스 혹은 둔산 CGV에서 이보다 격렬하게 북 받히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앞으로 남은 두 달 간도 그럴 것입니다. 본 영화는 올해의 최악의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제가 겪은 증상을 한 번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운데 영화가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영화 시작 10분 후였습니다. 그리고 20분 지점에서는 심장 박동과 혈압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입에서는 험한 말들이 튀어 나올 직전이었습니다. 그리고 30분 지점 이후로는 학창 시절의 어떤 기합도 기꺼이 받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저는 나머지 70 여분을 견대내야 했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음료수를 사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손에 음료수 컵이 들려 있었다면 화면에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에 다다를 때는 핸드폰과 컴퓨터 가방을 던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Daum에서 참 친절하게도 검색까지 해서 서번트 증후군이 뭔지를 알려준 후 영화는 근래 들어 가장 유치한 도입부로 성질을 긁어놓습니다. 조잡한 CG로 그린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다가 아리 따운 요정을 보여 주는데, 문제의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 하늘(장나라)은 그녀만의 세상인 요정나라에 늘 빠져 있습니다. 그녀는 고양이 비틀즈와 함께 그녀는 참으로 예쁘게도 꾸며진 아파트에 참 발랄하게 사는데, 그녀의 행동거지를 보면 진작 요양소로 보내야 했고 그녀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를 잃은 그녀는 음악 선생이 보호자가 되었지만 대부분 혼자 지내는 가운데 아파트 방 어딘가에는 돈뭉치로 가득한 분홍색 가방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부자라지만(아버지는 교향악단 지휘자이고 어머니는 바이올리스트입니다) 이보다 무책임한 용돈 주기는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돈을 써대고 어쩌다가 없어지면 또 돈이 들어오거든요. 서민들 경제가 힘든 판에 이런 건 그다지 좋은 광경은 아닙니다.

그녀의 이웃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바다(쥬니)는 집에서는 계모와 사이는 안 좋고 친아버지라는 사람은 별 도움이 안 되니 밖에서는 좋아한다는 음악 활동도 제대로 하지도 못합니다. 뭔가를 정말 좋아하면 주위가 어떻든 간에 별 상관하지도 않고 열심히 하는 법이라는 것을 잘 아는 저로써는 이건 정말 말도 안 되게 보이고, 그녀는 그저 툭하면 언성 높이는 민폐성 캐릭터이니 계모가 악역이라지만 그녀 편을 들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계모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는 길을 택하고 아파트는 텅 빕니다. 아니, 그렇다고 집을 다 비웁니까? 딸 물건들도 다 가져가고요?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 그런 심한 짓은 절대 못하겠지만, 이건 그저 그녀가 하늘과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영화는 음악과 순진무구함만 있으면 다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제 입맛대로 조종하니 스트레스는 쌓여갑니다. 바다는 하늘과 함께 사는 동안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는데, 이제 음악 선생이 하늘을 돌볼 여력이 없고 좀만 있으면 하늘은 요양원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음악 선생은 하늘과 바다는 서로에게 어울린다고 하고(누가 그걸 몰라?), 남은 짧은 시간 동안 그 둘은 잘도 놀아납니다. 그들은 그 많은 돈을 갖고 홈쇼핑 잔뜩 하면서 뮤직 비디오 스타일의 CF들을 찍어 대거나 아니면 잘 차려입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런 동안 관계 발전은 거의 전무한 가운데, 긴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다가 또 땍땍거리거나 아니면 하늘이 정신지체자답게 히스테리를 부려대면 그걸로 끝입니다. 하늘을 속여서 돈을 갈취해온 피자 배달부(진구)도 이야기에 포함시키려고 하지만, 영화는 이를 그냥 맴돌게 하다가 뒤늦게 끼워 넣는 것 외엔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은 일차원적이고 이렇게 엉성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니 속 터질 마당에 영화는 결말을 사랑과 우정의 이름으로 억지 감동과 눈물로 조악하게 포장하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영화는 지능이 보통 사람들보다 떨어지지만 그녀가 연주와 암기에 능하단 걸 참 지겹게 강조해댑니다.

장나라의 연기에 대해서는 보는 동안 입이 벌어지곤 했다는 것 빼고는 그리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시작부터 재난 수준으로 형편없지만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연상되는 것은 작년에 본 [트로픽 썬더]에서의 커크 라자러스가 턱 스피드맨에게 어떻게 정신지체아를 연기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바이올린과 고양이만 빼면 그녀는 이른바 ‘완전 정신 지체아 상태 연기’를 했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것은 손발뿐만 아니라 온몸이 아주 많이 오그라드는 경험이었습니다. 현쥬니는 영화 내내 각본이 하라는 대로 표정과 말투만 바꾸는 인상을 보여주어서 손해를 단단히 봤습니다. 유아인은 적어도 그냥 내팽겨 쳐지기라도 했습니다.

순수한 웃음을 가증스럽게 짓는 가운데 영화는 쉴새없이 우리 뺨을 계속 철썩철썩 때려대면서 자신이 참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마저도 견디기 힘들 정도까지 가 버립니다. 어느 장면에서 하늘은 분위기에 푹 빠지면서 주위를 음악적으로 보지만 제가 들은 것은 소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시간 넘게 고문한 것도 모자라 영화는 엔드 크레딧에서마저도 그냥 얌전히 있지 않고 조잡한 CG와 밉살스러운 귀여움으로 절 괴롭혀댔습니다. 세상에, 끝나고 나서 즉시 응급조치로 막 다른 영화가 상영될 상영관으로 달려갔지만 지금도 되돌아보면 눈가가 또 시큰해집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비롯한 4개 부문에 올랐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상은 말이 많았다고 하니 그리 놀랄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 그나저나, 영화는 하늘을 24살에 6살 연령이라고 했는데 이는 그리 선전할 게 못 됩니다. 하나는 영화가 워낙 저능해서 그보다 더 연령이 한참 낮아 보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6살 연령에 대한 기준이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내 사촌의 유치원생 아들이 하늘보다 더 똑똑해 보이고 더 애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