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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 창밖에서 바라보는 느낌 영화감상기
매직큐
2009. 11. 4. 22:40
파주 - 창밖에서 바라보는 느낌 영화감상기
‘파주’를 개봉 전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그날 어쩌다 보니 배급 쪽 관계자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보게 됐는데 끝나고 나서 분위기는 좀 처져 있었습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흥행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관계자들인 만큼 ‘…이 작품은 관객이 많이 들지 않겠다…’는 느낌들이 모여 처진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작품 내용을 고려하면 개봉관 수가 적은 편은 아닙니다만 흥행만 놓고 보면 매우 추운 상태입니다.
언론시사회 이후 여러 매체에서 ‘파주’에 대해 호평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나름 20대 여성에 인기가 많은 이선균도 티켓파워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긴 이 작품에서의 이선균은 이전의 드라마와 달리 그닥 매력 있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모호하고 자신도 없어 보이는 흐릿한 느낌이지요. 덕택에 영화 보는 내내 저도 좀 불편하긴 했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오히려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 캐릭터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 뭔가 암시를 주고자 인위적인 연기나 설정이 들어가지 않은 그런 모습이란 생각이요.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이렇게 나옵니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좋지만 작품 톤이 전체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개봉 전 파주의 마케팅은 뭔가 에로틱하면서 불륜을 연상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여기에 낚여서 영화를 보신 분들은 매우 실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선균이 분한 김중식의 배경(운동권이었고 현재는 철거민을 위해 일하는!)과 관련한 내용전개에 신경을 쓰게 되면 작품이 산만하게 느껴질 확률이 큽니다. 배경은 그냥 세트처럼 보면서 흘려버리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차분하게 김중식(이선균)과 은모(서우)의 행동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심리를 쫓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파주는 괜찮은 느낌으로 남을 것 같고, 그렇지 못하면 다소 산만하고 짧게 할 수 있는 내용을 빙빙 돌린 것처럼 느껴질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중간쯤에 위치해있다고 할 수 있어요. 뭐랄까… 저는 작품을 보는 내내 밖에서 닫힌 창을 통해 안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뭔가 보이지만 속을 알기 힘들고, 뭔가 들리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는 느낌. 하지만 그만큼 사실적이고, 호기심이 일어 내막을 알고 싶기도 했습니다.
서우는 참 매력있습니다. ‘미쓰홍당무’에서 이 아가씨에게 반했었는데 여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랄까… 투명한 빈 그릇 같은 배우라 할까요? 깨끗하게 비어있어서 무엇을 채워도 확실하게 보여줄 듯한 느낌의 배우에요. 앞으로도 기대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