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로게이트 (Surrogates, 2009) : 다들 거의 다 방콕하는 세상

써로게이트 (Surrogates, 2009) ☆☆1/2
[써로게이트]는 요즘 인터넷 생활이 아예 현실 밖으로 뛰쳐나온 듯한 미래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는 동안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가면을 쓰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듯이, 영화 속 사람들도 한 곳에 계속 살면서 써로게이트라는 대리로봇을 통해 바깥세상에서 '돌아다닙니다.' 이는 찬찬히 살펴볼수록 그다지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지만, 영화는 보는 동안에라도 그 미래 세상을 썩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가운데 제 관심을 자극하긴 했습니다.
설정들을 신속하게 소개하는 도입부는 써로게이트가 사람들 삶에 필수가 된 과정을 일련의 TV 뉴스 몽타지로 요약합니다. 과학자 라이오넬 캔터(제임스 크롬웰)가 개발한 써로게이트는 전송되는 뇌파 신호를 통해 조종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이는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위험이 따르는 작업들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이는데, 써로게이트는 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평범한 일상생활에도 사용되어져 갔고 그러다보니 어느 덧 지구상의 인구의 98%가 사용하는 시대가 오게 됩니다. 덕분에 범죄율을 급격히 낮아졌다고 하지만, 사람들 본성이 시간이 흘러도 잘 변하지 않음을 고려하면 이 점은 전 별로 믿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보여 지다시피 써로게이트들 간에도 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아마 그건 범죄로 통계처리하지 않나 봅니다.
자신의 아바타 역할을 맡을 써로게이트의 외양을 마음대로 고르고 택할 수 있으니, 당연히 실제 인물과 써로게이트 천지차이인 경우들은 많을 것이고 영화에서 이는 여러 번 보여 집니다. 거리는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써로게이트들이 [신체강탈자들의 침입]의 외계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걸음걸이와 표정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조정하는 진짜 사람들은 집 안에서 편히 누워 조종하다 보니 다들 고립되어 있는 상태이고 직접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써로게이트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교류를 하긴 하지만, 거기엔 인공적인 느낌이 나지 않을 수 없는데 이에 맞추어 배우들은 분장과 CG의 도움을 받는 가운데 의도된 플라스틱 연기를 합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나이 많은 배우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 그의 멀끔하고 뻣뻣한 30대 모습에 재미있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이른바 완벽한 세상에 한 심각한 사건이 생기고 여기에 다른 직장인들처럼 써로게이트로 활동하는 FBI 요원인 그리어(브루스 윌리스)와 피터스(라다 미첼)이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두 써로게이트가 느닷없는 공격을 받게 되는데 문제는 써로게이트들만 죽은 것이 아니라 이를 조종하고 있었던 사용자들마저도 동시에 사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중 한 명은 써로게이트를 개발했지만 후에 자신의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라이오넬 캔터의 아들입니다. 자신의 발명품에 회의를 느낀 지 오래인 캔터가 지적하듯이 이 사건 뒤에 뭔가가 있고, 그리어가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써로게이트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죽일 수 있는 무기 등 여러 가지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는 기계를 거부해서 격리된 사람들이 사는 게토에서 활동하는 조직인 드레드와도 관련 있습니다.
처음부터 영화 속에 보여 지는 세상에 관심이 생기니 그에 따라 여러 생각들이 절로 났지만, 여기서부터 군데군데 허점들이 보이고 의문들이 생겨났습니다. 일단 기계들은 분명 섬세하고 비싼 기계 같이 보이는데 어떻게 모두들 다 써로게이트를 갖고 있는 것이 가능한 가 싶었습니다(부랑자들 문제는 해결됐을까요?). 공공보험 같은 서비스로 도움 받는 것은 분명 아님에도 불구 이는 여느 가전제품들처럼 전자 상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양 보여 집니다. 상당히 개성이 없어 보이는 써로게이트들은 그저 돌아다니거나 대화만 할 뿐이고 그 외에 뭘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리 많이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참고로, 다리는 피곤하지 않을 텐데 아직도 도심 지하철에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진짜 사람들을 아직 배려하나 봅니다.
그렇다 해도, 써로게이트들만 보여주기만 하다 보니 영화는 진짜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도 별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내내 그냥 누워 있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의식주 생활이 있을 것 같은데 기계에 의한 개인들의 고립에 대해 얘기하다는 목적에선지 내내 방에 틀어 박혀 있는 양 보여 집니다. 대화는 못할망정 직접 세상을 맛보고 싶은 욕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싶다는 희망도 그 누구라도 분명히 있을 터인데, 나중에 써로게이트가 망가지니 어쩔 수 없이 직접 거리를 돌아다니는 그리어만 빼고 다 로봇들인 양 보입니다.

이야기 후반부는 성급하게 액션으로 치닫는데, 적어도 액션 장면들은 평균적으로 괜찮은 가운데 이점에서 본 영화는 바로 전에 봤던 [게이머]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브루스 윌리스를 나이 먹은 본모습으로 액션 장면들에 나오게 해도(한데 그렇게 오래 누워 있었는데 근육 세포들이 멀쩡했습니까?) 나머지는 다 로봇들이니 별 재미가 있겠습니까. 사건 수사 과정은 별로 놀라운 것은 없는 가운데 빤한 종착점으로 가 버리고 써로게이트를 이용한 속임수는 당연히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기술로 인한 고립과 그에 따른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겠지만, 상당히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이야기가 후다닥 맺어지는 동안 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써로게이트]는 결국엔 그저 평범한 SF 액션물로만 안주합니다. 그래도 영화는 별로 납득이 가지 않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흥미를 끌게 하는 가운데 머리가 어느 정도 굴러가게 해서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게이머]를 볼 때에 비하면, 본 영화를 보는 동안 제 뇌파 활동은 훨씬 활발했고 써로게이트를 많이 움직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 다리는 멀쩡하고 전 그냥 밖에 돌아다니는 걸 더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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